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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경제철학이야기] (3) 자본주의윤리의 개척자: 임마누엘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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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도덕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는 경제에 관심이 없는 은둔한 철학자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았다. 거의 매주 오후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대부분 사업가, 상인, 은행가였다는 게 역사가들의 증언이다. 그들과의 화제는 주로 경제와 정치였다는 것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 칸트의 경제마인드가 형성되었고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도 알게 되었다. 그는 친구들의 회사에 투자해서 많은 돈도 벌었고 유산으로 상당한 재산도 남겼다.

 

칸트는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흄 등 스코틀랜드 계몽 철학자들의 문헌을 두루 섭렵하여 기업과 시장에 박식했고 실제로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적 주제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경제를 법학적으로 정당화했다면, 칸트는 윤리에서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찾았다. 그의 윤리학의 핵심주제는 정언명령이다.

 

자본주의의 윤리는 정언명령

 

아버지가 말안장 수리공인 가정에서 자라난 칸트의 도덕철학적 출발점은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은 선험적인 정신의 산물이라는 ‘합리주의 인식론’이다. 그는 이런 인식론을 도덕철학에도 적용하여, 어느 한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도 이미 우리의 정신 속에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 기준이 정언명령이다. 어느 한 행동이 도덕적이려면 그것이 보편화할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삼는 행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테스트를 통해 거부된 행동은 해서는 안 될 의무가 생겨난다는 게 칸트의 설명이다. 어렵게 들리는 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쉽다. 나는 내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게 보편화되어 누구나 거짓말을 하면 믿을 만한 소통이 불가하다. 거짓말은 내 이익을 위해서 남을 수단으로 만들어 그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로써 예외 없이 모두가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가 형성된다는 게 칸트의 혁명적 인식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내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내가 도둑질해도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 될 수 없다. 그런 행동준칙도 보편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 훔친다면 타인들이 내가 소유한 것도 훔친다.

 

 

칸트에게 가장 나쁜 사람이란 스스로 예외가 되려는 사람이다. 나는 거짓말을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을 안 된다는 등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을 가장 미워했다. 아파트 두 채 갖고 다른 사람에게 집 팔라고 하고, 제 자식은 특목고 보내고 다른 사람은 못 가게 하는 등, 내로남불은 스스로를 예외로 만들려는 것이다. 나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더 유별나고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행동준칙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특권과 특혜를 누리려는 것이다. 내로남불은 불의(不義)다. 내로남불은 칸트가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신분 서열을 중시하는 봉건·귀족사회에 대한 모방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소득재분배에서와같이 수혜계층을 위해서 납세자들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희생된 계층은 수혜계층의 권익 증진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당한 것이다. 누진세 제도도 소득수준에 따라 상이한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불의의 조제다. 정의(正義)의 조세는 단일세율제도다. 인·허가제도도 차별적이기 때문에 불의의 법이다.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전관예우, 동일한 죄가 있다고 해도 부유층은 무죄, 서민층 사람에게는 유죄판결을 내리는 유전무죄-무전유죄 같은 차별과 예외를 인정하는 나라는 불의의 나라다.

 

시장질서는 정언명령을 실현하는 사회

 

정언명령을 법학적으로 해석한 게 법치주의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특정 그룹에 대한 특혜나 차별,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은 법이 아니다. 법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만 공권력을 행사는 국가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된 법치국가라는 게 칸트의 설명이다. 그가 반대했던 것은 특정그룹을 차별하거나 국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입법이다. 인간을 국가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그래서 자유와 존엄을 파괴하는 입법을 법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언명령이 지배하는 이상사회가 시장경제라는 칸트의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분업 교환은 상호 간 인격의 존중을 의미하는 정언명령의 구현이라는 것이다. 교환을 통해서 기업들은 고객의 목적에 봉사하고 그 대신에 후자는 전자의 목적에 봉사한다. 이게 시장을 다목적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유경쟁이 도덕을 파괴한다는 주장으로 시장경제를 폄훼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칸트는 목소리를 높인다. 경쟁은 성실성, 엄격성, 정직성 등 도덕성을 촉진한다는 게 그의 탁견이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체면, 양심가책에서 우러나오는 내적인 의무감에서 도덕적 행위를 하게 마련이라는 그의 설명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칸트 사상의 힘

 

일생동안 자기가 태어난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대학에서 50마일 이상 나간 일이 없지만, 그의 사상적 영향은 범세계적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헌법가치로서 법치국가, 존엄성 개념을 중시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칸트 사상의 영향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우리에게 자유의 중요성을 물론 자본주의의 도덕성을 일깨워준 것은 그의 공로가 아닐 수 없다. 결혼, 출산, 교육, 이혼 등 가족 그리고 도덕적 행위까지도 비용-편익 분석을 이용하는 경제학을 반대한 것도 칸트였다. 경제는 도덕을 필요로 하지만 도덕은 경제적 이득, 또는 경제적 번영 등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독자적임을 주장했다.

 

칸트는 보호무역은 전쟁을 야기할 뿐이라고 개탄하면서 영구평화는 자유무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전쟁을 극복하고 모든 나라의 보편적 이득을 증진시켜 세계평화를 창출하는 게 자유무역이라는 그의 인식은 1948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통하여 국가 간 상품거래에 장애가 되는 조치를 완화 혹은 철폐하여 자유무역 실현에 기여했다. 그 결과 제2차 대전 이후 세계는 작은 국지전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대미문의 평화를 누리는 것도 칸트 사상의 기여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은 한국재정정보원 월간나라재정 2020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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