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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말과 사상] (9) 보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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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의 틀 내에 있다고 한다. 그 증거를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 사상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틀렸다. 자유시장, 제한된 정부,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독립적으로 발전해오고 보수와 전적으로 상이한 이념이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는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실현해야 할 원칙이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는 나라를 불문하고,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자유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전통을 중시하는 이념이다. 보수는 원칙으로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전통이라는 상황과 결부해서만 자유를 말할 수 있다. 자유의 전통이 없으면 자유를 말할 수 없다. 버크는 국교를 옹호했던 것도 그것이 영국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가 종교윤리 교육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반하여 로크는 원칙으로서 자유주의를 주장했기에 경제적 자유뿐만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요구했고 국교철폐를 주장했다.

 

주목할 것은 보수주의의 고유한 인간관이다. 인간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은 게 아니라 노예와 주인처럼 타고날 때부터 우열(優劣)이 있다는 게 보수의 원조인 철학자 플라톤의 '자연적 불평등'이다. 이로부터 우월한 엘리트가 특권을 누려야 한다는 귀족·엘리트주의가 생겨났다. 그러나 엘리트주의를 배격하고 철학자도 짐꾼과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평등'을 선언하면서 등장한 게 애덤 스미스 전통의 자유주의가 아니던가! 그런 평등에서 도출된 게 법 앞의 평등이요 모든 특권을 금지하는 자유의 법이다.

 

자유주의는 자생적 변화와 진화를 낙관적으로 수용하는 이념이다. 어떤 변화든 잘 소화하여 빈곤 실업 저성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자유의 철학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보수의 특징이 아니던가. 시장의 자생적 힘도 믿지 않는다. 통제되지 않은 시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국가에 의존하는 게 보수다. 자유시장은 보수철학과 맞지도 않는 체제라는 건 그래서다. 그러니까 보수가 자유시장을 지킨다는 건 기만이다.

 

 

보수사상의 특징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는 새로운 것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태도다. 변화를 싫어하고 모험을 회피하는 인간을 전제하고 튀는 행동, 돌출행위는 '버릇없는 애'의 행동으로 취급하는 게 보수다. 영혼도 없고 매력 없는 인간을 전제하는 보수가 젊은 세대에게 어찌 호소력이 있겠는가? 20~40대의 젊은이들은 보수라는 말 자체도 싫어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은 변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스로 변화하도록 내버려 두고 새로운 것의 발견을 즐길 용기와 자신감이 있다. 그런 배짱은 자생적 변화와 진화에 대한 낙관에서 나온다.

 

첩첩이 쌓인 정부규제들 때문에 그런 변화가 질식되면 지체 없이 경제적 자유의 확대를 위한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게 자유철학이다. 시장은 어떤 변화든 잘 소화하여 빈곤, 실업, 저성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힘에 대한 확고한 인식 때문이다.

 

보수철학에는 안타깝게도 그런 이론이 매우 부족하다. 사회주의에서 전향한 지식인들이 새로운 정신적 고향을 자유주의 대신에 보수주의에서 찾는 이유도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대한 인식의 부족 때문이다.

 

 

오늘날 장기불황의 시대에 긴요한 건 원칙도 없고 기회주의적 보수가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장애물을 철저히 일소할 자유사상이다. 보수사상이 믿는 건 시장이 아니라 정부권력이다. 보수는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를 중시하고 정부권력을 제한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현명한 도덕적 엘리트가 나라를 다스리면 그의 권력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게 보수의 가부장적 국가관이다. 경제적 자유를 유린하여 참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 준 게 그런 가부장의 탈을 쓴 국가의 제한 없는 권력이었다는 건 이론과 역사가 입증한다.

 

그래서 국가권력의 침해로부터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누가 권력을 지배하든 그 권력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정치는 천민·중우 민주주의라는 비판도 보수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민주 그 자체는 반대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이다. 반대할 건 좌파가 평등 복지국가를 위한 혁명적 수단으로 만든 제한 없는 민주주의와 입법 권력이다. 좌파와 타협하여 오늘날 입법독재를 초래하는데 일조한 보수주의도 야속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보수주의는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아니다. 그것은 이념적으로 기회주의적이고 때때로 사회주의에 가까이 가는 이념이다. 따라서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유주의자들에게 보수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늘 경계의 대상이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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