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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경제철학 향연] (9) '시장은 과정'이라는 말에 인생관을 바꾼 이스라엘 커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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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매력적인 키워드로서 기업가정신을 이론화하여 경제학을 훌륭하게 발전시킨 인물이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하여 성장한 경제학자 커즈너(Israel M. Kirzner, 1930∼)다. 졸업 후 은행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뉴욕대학에 진학했던 젊은 커즈너의 인생행로를 바꾼 것은 “시장은 균형이 아닌 과정이다”라는 어느 한 교수의 첫마디 때문이었다.

 

총명한 젊은이를 매료시켰던 그런 말을 한 교수는 사회주의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인류에게 문명화된 번영을 안겨주는 것은 오로지 자본주의뿐이라고 주장했던 자유주의의 거성 루드비히 폰 미제스였다. 그는 평생 은사가 될 미제스와 빈번히 접촉하면서 그의 원대하고 심오한 경제사상에 빠져들었다. 은행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접고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은 '기업가정신'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였다. 그는 기업가정신론을 제대로만 개발하면 왜 시장은 과정인가의 물음도 풀릴뿐더러, 시장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그는 평생 동안 기업가정신론을 개발하여 자유시장의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기업가 정신은 창조적 '파괴' 아닌 '건설'

 

기업가정신에 대한 커즈너의 핵심사상은 기업가의 상상력과 창조성에서 나오는 '기민성'이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재화 등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이윤기회를 포착하는 프로정신을 뜻한다. 이런 정신이야말로 창조적 건설이지 슘페터가 말했던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의 도입이 마차산업의 파괴가 아니라 마차산업에 대한 과도한 자원배분을 개선시켰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가정신은 특수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든 노동자든 누구나 보유하는 정신이라는 것이 커즈너의 믿음이었다. 기업가정신을 엘리트의 정신이라고 믿었던 슘페터와는 달리 그는 그런 정신을 보편화했다. 시장이 과정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이윤기회와 혁신거리를 찾는 기업가정신 때문이다.

 

 

기업가이윤의 존재 이유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는 커즈너의 노력도 흥미롭다. 자본주의의 분배윤리는 누구나 생산한 만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원칙이라고 한다. 생산에 따른 분배가 윤리적으로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기업가는 생산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이윤은 착취라는 마르크스의 시각의 분배윤리의 전제가 아닌가!

 

그러나 그런 시각은 기업가정신을 무시했다고 커즈너는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과 생산수단을 이용하여 특정한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재화의 생산이 시장성을, 다시 말하면 이윤기회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발견이 없었으면 생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탁월한 통찰이다. 기업가 이윤은 새로운 것을 발견한 대가라는 것이다. 특정한 재화의 생산이 장차 이익을 가져오리라는 기업가적 발견과 비전이 없으면 노동의 투입과 함께 그 재화의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산된 재화는 기업가에 속하고 그 재화에서 계약 노임을 뺀 이윤은 당연히 생산의 발견자인 기업가에게 속한다.

 

공짜점심은 없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틀렸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은 기업가정신에는 적용하기 곤란한 말이라고 커즈너는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가적 발견은 공짜라는 이유에서다. 기업가적 발견이 끝나고 난 다음부터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돌을 수집하는 수석가(壽石家)에게 어느 한 돌의 시장성(市場性)의 발견은 공짜다. 발견한 다음에 잘 팔리도록 돌을 다듬기 위해서 비용을 투입한다.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은 발견한 후에 시장에 판매할 때까지 드는 비용에만 적용된다. 기회비용도 바로 발견한 후에 생겨나는 비용이다.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의 발견은 기회비용도 계산할 수 없다. 공짜 점심은 시장에 널려있다는 것이 커즈너의 통찰이다.

 

 

경제적 번영도 널려있는 공짜점심의 기업가적 발견의 덕택이다. 커즈너는 기업가정신의 이해 없이는 경제발전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성장과 일자리는 민간부문에서 혁신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아이패드, 인터넷의 발견 등은 모두 시장의 그 같은 과정의 결과다. 주목할 것은 혁신의 원천이다. 어느 한 기업가의 혁신은 다른 가업가의 행동에서 나온다. 고속도로, 가솔린, 수리시설을 비롯한 시장이 없었으면 헨리 포드에게 자동차의 대량생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거든 무어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고안함으로써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기업가정신은 더 많은 기업가정신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래서 성장은 자기증폭의 과정이라는 것이 커즈너의 설명이다. 기업가정신과 경제성장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 이윤기회의 발견이라면 기업가이윤이 높은 것은 경제성장에의 기여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기업가의 기민성은 끝없고, 성장의 잠재력도 한이 없다. 그래서 성장의 한계라는 말은 옳지 않다는 그의 주장도 매력적이다.

 

이와 같이 커즈너는 경제학계가 외면하던 기업가정신론을 부활하여 매우 심오하고 원대하게 개발했다. 그를 기업가정신론의 개척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경제적 번영을 위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그의 경제사상은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6년 스웨덴 정부가 수여하는 국제기업가정신 연구상을 받은 것도 그런 공로 때문이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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