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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말과 사상] (12) 공동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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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주의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념이다. 공동체는 가족·마을공동체에서 볼 수 있듯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전통, 우정, 유대감 속에서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다. 이는 소규모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소규모 사회의 도덕을 확장된 거대한 사회에 법을 통해서 강제로 집행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공동체주의의 이상이다.

 

흥미로운 건 공동체를 중시하는 논거다. 개인이나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건 사회(공동체)의 덕택이라는 논리다. 사회의 도움이 없이는 경제적 성공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에 대한 '권리'보다는 사회에 갚을 '의무'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를 들면 박찬호 야구선수의 성공은 공동체의 야구문화 덕택이고 기업의 이윤은 기업의 존립이 가능한 사회의 덕택이기에 그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있고 그래서 그들이 번 돈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게 정의롭다고 한다.

 

개인과 기업이 사회의 산물이라는 건 전적으로 옳다. 그렇다고 그런 논리를 사회적 책임의 근거로 이용하는 건 옳지 않다. 야구선수는 야구팬들로부터 받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야구문화에 공헌한다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윤도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치 창출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이다. 생산·소비문화와 지역사회발전에 큰 몫을 하지만, 그 몫 중에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도 없고 보상받지도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책임의 법적 강요는 개인과 기업의 능력을 국유화하는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흥미롭게도 그런 강요가 없다고 해도 성공한 운동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활동을 한다. 자유기업도 자발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여 그 책임을 다한다. 기업 이미지, 브랜드가치, 기업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이 베트남의 중고등학교에 도서관을 설립해 주는 활동, SK 해외법인이 IT 교육센터를 건립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활동 등이다.

 

공동체주의의 기업관은 주주, 종업원, 고객, 지역주민 등의 이익을 위해서 그들을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걸 의무화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그러나 그런 제도를 강제로 도입하는 건 주주재산의 공유화를 초래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정치화되어 이해 당사자들 간의 끝없는 협상의 대상이 된다. 그런 제도가 없다고 해도 기업은 주주 이외의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자발적으로 적절한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들을 못되게 취급하는 기업은 평판이 나빠져 사업하기가 어렵다.

 

공동체주의는 도시 주변의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도심지 대형백화점 건설억제, 농어촌공동체 보호정책을 제안한다. 이 정책들은 공동체주의가 변화와 경쟁을 싫어하는 보수적 성향이 있음을 말해준다. 흥미로운 건 지역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입지이동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입지가 나빠서 손실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입지이동을 막는 건 지역공동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을 통하여 기업을 유치하려고 지역공동체들이 자유로이 경쟁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게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이게 자유주의의 핵심인 지방분권화이다.

 

 

공동체주의는 자국 문화에 고유한 인간관계를 제거하고 지역의 관습과 전통을 파괴한다는 이유에서 외국인 이민과 세계화도 반대한다. 그러나 독일의 이민 정책이 보여주고 있듯이 외국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자국 문화의 정체성이 손상된다는 증거는 없다. 문화의 다양성, 경쟁, 관용이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거부하는 것은 곧 빈곤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국 문화를 위해서 문을 걸어 잠그라는 공동체주의의 목소리는 황당하다. 번영하는 사회에서만이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공동체감각도 강화된다.

 

자유사회가 도덕을 파괴한다는 공동체주의의 비판도 옳지 않다. 시장경제는 예의 바르고 공손한 사람들을 보상한다. 평판이 나쁜 기업은 노동자들이 기피한다. 사후관리가 나쁜 기업의 제품은 고객들이 싫어한다. 자유 사회라고 해서 공동체주의가 중시하는 나눔, 배려, 친절, 우정 등 유대감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런 도덕적 가치의 선택은 개인에게 맡긴다. 시장경제는 불친절하고 무례하고 허풍 떠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 어떤 사회체제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행동을 권장하고 그런 행동을 금전적, 비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게 시장경제이다.

 

 

사유재산제도는 과도한 개인주의를 조장하고 이로써 사회질서를 파괴한다는 공동체주의의 주장도 틀렸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면 고립되어 있던 인간들은 사업 관계와 같은 공동의 관심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들과 인연을 맺고 결속을 다진다. 더구나 일상적인 상업 관계를 넘어서 종교·사회·오락·예술적 연합으로까지도 확장된다. 공동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연합으로 활기찬 소규모의 다양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공동체 형성을 방해하는 게 정부개입이다. 새로운 공항, 세종시같이 신도시 건설을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는 풀뿌리 공동체 조직의 붕괴를 초래한다. 가정, 이웃관계, 기업, 교회 등과 연결된 인연 관계가 뒤 헝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돈독히 쌓아온 이웃과의 친밀함, 교우 관계도 해체된다. 사업 관계로 맺어온 인연들이 기업의 이전으로 단절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이 제각각 뿔뿔이 흩어진다. 인간을 원자화하는 게 정부개입이다.

 

공동체적 관계를 중시한다면 함부로 정부가 나서서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런 공동체적 관계를 존중하기 위한 첩경은 사유재산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억제하는 것이다. 물론 사유재산권의 수용과 사용은 토지상실, 이사비용 등 법에 따라 충분히 보상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심적 위로와 우정을 교환하면서 살던 분위기의 상실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이쯤에서만 보아도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주의는 인간을 원자화하고 도덕을 파괴한다는 건 공동체주의의 순진한 착각이다. 오히려 공동체의 가치 실현과 유지를 위한 최선의 길이 자유주의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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