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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말과 사상] (15) 질서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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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는 제2차 대전 후 독일경제가 지향했던, 오늘날에도 유효한 경제질서를 의미한다. 전후 폐허가 되었던 독일경제에 ‘라인강의 기적’을 불러왔던 이념이다. 질서자유주의는 발터 오이켄, 프란츠 뵘 등이 개발한 것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질서는 ‘경쟁질서’다. 질서자유주의가 왜 경쟁질서를 중시했는가를 이해하려면 그 이념의 역사관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이래 자본주의는 봉건시대의 억압적인 신분 사회로부터 사람들을 해방하여 개인의 삶을 개선했고 삶의 기회도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에는 결함이 있다고 한다. 독점과 담합의 형태로 사적 권력이 등장하여 이것이 자유를 억압하고 소득과 부의 분배의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그런 사적 권력의 원인이다. 자유경제는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과 담합이 필연적이라는 게 질서자유주의의 인식이었다. 자유시장을 보호한다고 해서 경쟁의 자유가 자동적으로 확립될 수 없다는 것이 질서자유주의의 인식이었다. 예를 들면 담합은 계약의 자유의 산물이지만 그것은 소비자의 소비선택뿐만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 이른바 ‘야경국가’를 넘어서 경쟁질서의 확립이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는 게 질서자유주의의 인식이었다.

 

19세기만 해도 사람들은 사유재산과 계약의 자유만 보호하기만 하면 다른 국가 활동의 폐지가 정치적 지혜의 극치라고 믿었다. 그러나 질서자유주의자들은 그런 믿음을 자유주의의 치명적인 전략적 오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질서자유주의의 역사관은 일방적이라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을 흔히 카르텔 국가라고 부를 정도로 기업들의 담합이 일상적이었다. 그 이유는 국제경쟁력 향상 또는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담합을 국가가 지원하거나 보호했기 때문에 독일에서 기업 간의 담합이 일상적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국가의 지원 또는 보호가 없었다면 기업의 담합은 구성원들이 더 큰 이익을 기대하면 그들은 합의를 어긴다는 의미에서 그들의 기회주의 행동으로 담합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또는 새로운 기업의 진입에 법적 장애물이 없었다면, 낮은 값이나 양질의 대체재를 공급할 새로운 기업이 진입할 것이고 이로써 담합은 불안정하다. 예를 들면 셰일가스의 개발로 산유국 간 담합의 힘이 약화되었다.

 

 

어쨌든 자유경제와 경쟁질서의 엄격한 구분이 질서자유주의의 핵심이다. 사법(私法)을 통해서 자유를 무제한 허용하는 경제에서는 자유가 남용되어 자유가 파괴된다는 이유에서 자유경제를 반대했다. 경제력 집중과 독점화를 막아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믿었다. 그런 과제를 통해서 자유와 번영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질서자유주의는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질서정책’이라는 아주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시장참여자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법적 틀(질서)을 마련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이는 사적 소유, 책임, 계약의 자유, 열린 시장, 건전한 통화 등, ‘시장을 구성하는 원칙’에 따른 정책이다. 이런 정책을 통한 법질서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장경제가 자유와 번영을 보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서정책과 엄격히 구분되는 ‘과정정책’, 즉 정부가 복지, 투자, 분배, 고용 등과 같이 시장의 결과를 수정하는 정책이다. 국가의 구체적인 특정한 목표를 위해 사안별로 시장과정에 개입하여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간섭이 바로 그런 정책이다. 간섭은 빈곤과 실업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건 질서자유주의의 정부관(觀)이다. ‘강한’ 정부를 강조한다. 한편으로 정부는 사적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자유경쟁을 보호할 과제가 있다. 이익단체의 요구를 물리칠 만큼 정부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위협하기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시장경제 원칙으로 정부 행동을 구속해야 한다고 한다.

 

 

질서자유주의는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체제는 자유를 박탈하는, 그래서 총체적으로 실패한 이념이라고 믿었다. 적자재정, 저금리, 신용확대를 통한 케인스의 완전고용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가격을 왜곡시켜 불황을 몰고 온다고 경고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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