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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태죄 개정안 더 이상 미루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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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의 기고문입니다. 이명진 소장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의사회 윤리위원, 명이비인후과 원장,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총무,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 및 의사평론가로서 활동 중에 있습니다.

 

 

형법 제269조 2항, 3항, 제270조 2항, 3항, 4항은 살아있다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은 부산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2013년 11월 1일경부터 2015년 7월 3일경까지 69회에 걸쳐 낙태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이 의사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내리면서 정부와 국회는 2020년 말까지 낙태죄에 대해 형법 개정안을 만들라고 결정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제269조 1항, 제270조 1항에 관한 결정이고, 형법 제269조 2,3항, 제270조 2, 3, 4항에 대해서는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형법상 낙태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월 서정숙 의원이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2021년 8월 현재까지 낙태죄 헌법 불합치에 따른 개정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공중에 붕 떠있는 입법공백 상태다.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개정 1995. 12. 29.>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헌법불합치, 2017헌바127, 2019. 4. 1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④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헌법불합치, 2017헌바127, 2019. 4. 1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정부의 지연정략과 무책임한 국회 법사위원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나 정부의 눈치 보기 행태는 실망을 넘어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20대 국회는 2019년 조국사태로 국회가 거의 공전상태였고, 곧이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들어가면서 낙태죄 개정안은 거론조차 어려웠다. 낙태죄 개정 담당 부서인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많은 준비를 했겠지만 2020년 법정시안을 어물쩡 넘겨보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었다. 마지못해 정부안이 2020년 10월에서야 마련됐고, 같은 해 11월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회 일정상 국회의원이 발의한 5건(조해진, 서정숙, 권인숙, 박주민, 이은주)의 의원 개정안과 병합 심리하기에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법정시한인 2020년 연말까지 단지 5주를 남기고 정부안을 제출해서 국회심의와 의결을 받겠다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것인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정부의 속 보이는 지연 전략과 국회의 무책임이 법 공백상태를 만들어 버렸다. 막상 2021년 6월 낙태죄 형법 개정안 심의가 제1법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낙태죄 개정안 심의 순위가 뒤로 밀려 심의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다.

 

 

형법 개정안이 마련되어야 모자보건법도 개정 가능하다

 

그 동안 모자보건법에 몇 가지 예외 규정을 두어 낙태수술을 허용해왔다. 법률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한다. 하지만 모자보건법 제14조와 시행령 제15조에 규정한 낙태허용 사유는 의학적, 윤리적, 법률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관련 학계의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선뜻 이를 개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고양이 방울에 누군가 방울을 달겠지 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모자보건법도 개정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형법에 대한 논의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자보건법을 제대로 논의할 수 없다. 낙태죄 폐지를 전제로 대체입법이나 후속입법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순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2020년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을 살펴보면 위험한 내용이 가득하다. 기존의 낙태허용사유인 제14조를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절로 바꾸어서 약물낙태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상담사실 확인서만 있으면 낙태를 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상담사실 확인서는 상담 후 24시간의 숙려기간만 지나면 발행해 주어야 한다. 만 16세 이상이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어도 상담사실 확인서만 제출하면 낙태가 가능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2021년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13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 신설안’을 의결했다. 인공임신중절 수술 행위 전반, 수술 전후 유의사항, 수술 후 자가 관리법, 신체 정신적 합병증, 피임‧계획임신 방법 등에 대한 상담을 한 의사에게 약 3만원의 상담료를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약물낙태약을 수입하겠다는 제약회사도 나왔다. 모자보건법이 제대로 기준을 마련하기도 전에 앞다투어 낙태전반에 소요되는 돈을 지불하려고 결정하고, 의학적 기준도 정해지지 않은 약물낙태약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법 개정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발빠른 대책을 준비하는 모양을 지켜보면서 불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법에는 생명존중 원칙이 탑재되어야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생명의 가치를 외면하거나, 상업주의에 생명이 위협받으면 안 된다. 법에는 생명의 가치와 생명존중 원칙이 반드시 탑재되어야 한다. 2019년 10월 31일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개정입법에 담을 <생명존중 3원칙>을 발표했다.

생명존중 3원칙
1.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한다. (모든 낙태를 반대한다)
2. 상업주의를 반대한다. (낙태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3.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3원칙 중 세 번째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정부안이나 여야 의원의 입법안에 들어있어 반영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태아의 생명보호와 낙태시술의 상업화 방지를 위한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정부안과 여당 측 안을 살펴보면 내용들이 너무나 급진적이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내용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페미니즘에 밀려 생명의 가치를 너무 쉽게 포기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생각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산부인과학회나 의사회에서도 임신부의 건강만 주장하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어떤 주장도 들리지 않는다. 차일피일 심의를 미루는 국회의 행보에 실망이 커지고 있다. 법은 생명의 가치를 지켜줄 최후의 보호막이다. 낙태죄 개정안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다.
 

 

* 이 글은 펜앤드마이크의 2021년 8월 18일자 [이명진칼럼]에도 실려 있습니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이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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