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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경제철학 향연] (16) 성공한 정부? 더글러스 노스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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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은 똑같음에도 나라마다 삶의 수준이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왜 대한민국은 잘 살고 북한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가? 왜 영국은 번영을 구가하는데 반하여 스페인의 경제는 늘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 잘 살던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초토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 나라의 번영은 그 나라에 재산권의 확립, 계약자유 등 경제활동에 우호적인 제도가 확립되어 있느냐에 좌우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등장하여 노벨경제학상의 영광까지도 거머쥔 인물이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Douglass North; 1920-2015)다.

 

제도가 중요하다!

 

영국은 국왕의 권력이 의회로부터 제한을 받았기에 개인의 경제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군주의 힘이 강력하여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의 침해가 빈번했다. 그런 인식은 노스가 미국 경제성장의 원인에 관한 연구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었다. 미국의 경제성장에 공헌했던 것은 기술변동보다는 재산권의 확립, 계약자유 등, 경제활동에 우호적인 제도였다는 것이다. 노스가 "제도가 중요하다(Institution does matter!)"라고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자본축적, 규모의 경제, 기술발전 등은 경제적 번영 그 자체이지, 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여 전통적인 성장이론에서 도외시했던 제도가 성장이론의 중심이 된 것이다.

 

제도란 법률, 재산권, 헌법과 같은 공식제도, 그리고 관행, 관습, 도덕 규칙과 같은 비공식제도를 말하는데, 이들은 사회구성원의 행동과정을 안내하거나 조종하는 게임규칙이다. 흥미로운 문제는 번영을 가져오는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왜 나쁜 제도가 등장하여 끈질기게 존속하는가의 문제다. 공식제도를 만들어 내는 정치를 시민들이 완벽하게 감시, 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생겨난다는 것이 노스의 생각이다.

 

 

제도의 경로의존성

 

그러나 나쁜 제도가 견고하게 존속하는 이유를 노스는 '경로 의존성'이라고 부르는 제도적 현상에서 찾고 있다. 즉, 제도적 구조가 일단 형성되면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것이 비록 나쁘다고 해도 그 구조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중남미 국가들이 독립하여 미국과 유사한 헌법을 제정했지만, 중앙집권적인 관료적 통제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계획하여 만든 실정법적인 공식제도만이 아니다. 관습, 공유된 믿음과 태도, 도덕 등, 사회구성원들의 상호작용에서 저절로 형성된 비공식제도는 장기적으로 오랜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 ‘문화’다. 변화도 매우 느리고 인위적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그런 문화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스는 비공식제도의 분석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노스의 제도이론의 백미는 현대적인 신경과학과의 접목이다. 제도의 생성과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해석과 인지를 산출하는 ‘신념체계’인데, 이를 형성하고 변동시키는 것이 물리·화학적으로 작용하는 두뇌의 신경구조이다.

 

노스가 제시하는 제도 이론적 경제사는 인간들의 상호작용과 제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추어 인류의 발전사를 이해하기 위한 거대 담론이다. 그 패러다임은 경제학을 넘어서 사회철학, 신경과학, 정치이론, 공공선택론 등 학제 융합적 과학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노스의 핵심사상은 역사, 제도적 환경, 경로 의존성, 신념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없이는 경제의 변동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실천적 의미는 시장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는 나라는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실패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사상은 기업가 이론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경제적 자유가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비판, 그의 이론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에 지니지 않는다거나 인류의 역사를 거래비용을 둘러싼 협상의 역사로 이해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는 등 여러 비판을 받고 있다.

 

노스의 사상의 영향력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스의 사상은 역사에 대한 풍요로운 인식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중세의 영주-농노의 관계를 신변 보호와 노동 제공의 교환관계로 이해함으로써 그 관계를 착취 관계로 이해한 마르크스 이론을 개선했다. 중남미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이유를 선진국이 착취하기 때문이라는 종속이론이 잘못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즉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남미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스페인의 실패한 관료주의 제도를 이식했기 때문이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북미는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는 성공한 영국 시스템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노스의 역사해석이다.

 

노스는 1997년에는 신제도주의 국제학회를 창립하여 제도연구를 확산시키는데 진력했다. 그의 사상은 제도주의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경제학은 물론, 정치학과 법학 등에도 막중한 영향을 미쳤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개발보고서》에서 2003년에는 시장을 위한 제도구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비롯하여 그 후에도 제도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룬 것도 전적으로 노스의 영향이다.

 

 

노스는 1993년 밀턴 프리드먼과 함께 지구촌에 자유시장 이념을 창달할 목적으로 개발한 게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다. 이 지수는 어느 한 나라의 경제적 자유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려준다. 그 지수는 재산권 보호, 정부지출, 노동시장·기업규제 등, 24개 항목을 기준으로 작성한다. 그 지수의 이론적 기초에는 규제와 조세 부담이 적을수록, 즉 경제적 자유가 많을수록 경제적 번영이 크다는 노스의 사상이 담겨있다.

 

경제규제를 줄이고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는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게 노스가 우리에게 주는 값진 유산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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