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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종의 국제정치이야기]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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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친절했던 사람들이 어째서 저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죽이는 것일까?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낱 '포피'인가?"

 

영화 <유로파 유로파 Europa Europa>(1990)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유대인' 여부를 구별하는 '할례'는 독일인들이 유대인을 식별해 내는 유효한 방법이었다. 마치 자신은 할례를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본인의 성기를 스스로 새로이 꿰매는 주인공의 모습은 처절함을 넘어 슬픔을 준다.  <유로파 유로파>는 실재 인물이었던 솔로몬 페렐(Solomon Perel)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는 독일에 거주하던 유대인이었다. 유대인 학살극의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소설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다.  

<유로파 유로파>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대인 소년 솔로몬 페렐(Marco Hofschneider 분)은 아버지의 명으로 형 이삭(Rene Hofschneider 분)과 함께 피난을 떠난다. 형과 헤어지게 된 솔로몬은 소련 영토가 된 폴란드의 고아원에 보내지고 소련 공산당으로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히틀러가 스탈린과의 협정을 깨고 폴란드를 공격하자 다시 피난을 떠난다. 피난길에 일행과 떨어진 솔로몬이 독일군에게 발각되자 영특한 솔로몬은 살기 위해서 자신이 독일인이라고 우긴다. 독일군은 능숙한 독일어를 구사하는 솔로몬의 말을 믿었고 소련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를 통역관으로 쓰게 된다.  

그러나 솔로몬은 자기에게 동성애를 품고 있는 로버트(Andre Wilms 분)에게 자신이 유대인이란 사실을 들키게 되지만 그 이유로 인해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된다. 격전 중 로버트가 전사하자 실의에 빠진 솔로몬은 후퇴 시기를 놓쳐 소련군에 투항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솔로몬이 소련군과 통신하는 것을 들은 독일군들은 접선 장소를 덮쳐 소련군을 소탕하고 반대로 솔로몬은 독일군의 영웅이 된다. 이 일로 인해 사령관 레레노(Hanns Zischler 분)는 그를 양아들로 삼을 결심으로 독일에 있는 학교에 보낸다. 매우 운이 좋은 남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솔로몬은 어릴 적에 별생각 없이 “이 나라에 충성하고 저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뭐 대수일까?”라며 목숨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와 내 민족에 대한 아픔이 할례의 아픔과 동시에 찾아오게 된다. 학교에서 리니(Juli Delphy 분)라는 여학생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솔로몬. 그러나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그녀는 유대인을 끔찍이 증오하고 있었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솔로몬의 마음을 오해한 리니와 헤어지게 된다. 할례 때문에 리니가 원하는 무언가를 줄 수 없게 되고 "민족의 상징"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도 잃게 된다.  

 

그 후 전선에 투입되어 소련군과 격전을 벌이던 솔로몬은 소련군에게 투항하지만,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던 소련의 군인들은 그를 죽이려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형 이삭을 만나,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솔로몬은 순수한 유대인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팔레스타인(지금의 이스라엘 땅)으로 이민을 떠나 남은 여생을 산다. 민족과 가족을 버리고 유대인의 신분을 숨기고 독일에서 소련으로, 소련에서 독일로, 다시 독일에서 소련으로...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충성을 바친 솔로몬에게 과연 죄가 있는 것일까? 법적인 죄라기보다 그의 죄책감에 우리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필자는 <유로파 유로파>를 처음 볼 때 한 선배의 아버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국전쟁 중 의사였던 그분은 처음에 한국군 의사, 다음에 인민군 의사, 다시 한국군 의사로 복무하셨다. 필자가 <유로파 유로파>에서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가 있다. 소련 고아원에서 스탈린이 주는 것이라고 아이들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사탕을 받는 모습이다. “사탕을 주십시오!” 간절히 기도한 후 아이들이 사탕을 받고 감격해하는 장면! 공산당 독재가 얼마나 바보스러운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이홍종 정치학 박사/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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